판결문, 한 문장이 A4 용지 한 장?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글이 바로 법률 글쓰기다. 얽혀있는 사실관계와 복잡한 법률관계를 감안하더라도 한 문장이 A4 용지 한 장을 넘는다는 것은 좀 과하다. 기업분석 보고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이 이렇게 어렵게 쓰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꼬는 것이다. 둘째는 글을 잘 쓰지 못해서다. 결국 둘 다 문제다.


숨 넘어가는 판결문 기사 중에서

2005년 국정원 비자금과 관련한 '안풍(安風)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에선 한 문장이 A4 4장분 2794자였다. 1990년 검찰의 사노맹사건 공소장에서 한 문장은 타이프용지 150장분이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공소장도 6700글자의 한 문장이었다. 국어학자들은 한 문장이 100자를 넘으면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1000자가 넘어가면 전문가 해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원행정처가 사법 60년을 기념해 발간한 '역사 속의 사법부'에서 "1948~94년 대법원 소유권이전등기소송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한 문장이 평균 394자였다"고 밝혔다. 평균 15개 문장으로 나눌 수 있는 글이 '하였고' '했으나' 같은 어미로 이어져 하나의 문장을 이루고 있었다. 뜻 모를 한자어를 쓰는 관행도 여전하다. 미국 대법원은 어려운 라틴어원 단어들을 되도록 쓰지 않고 쉬운 생활언어로 판결문을 쓴다. 언론이 그대로 실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법원도서관 홍진호 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소식지에 '엣지 있는 판결문의 네 조건'으로 짧은 문장, 판결문 중간에 쟁점별 번호와 소제목 넣기, 결론을 맨 앞에 세우기, 적절한 도표와 수식 활용하기를 들었다. 그러나 한 판사는 "써야 할 판결문이 워낙 많다 보니 과거 판례 틀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판결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군말이 많아지고 글이 늘어진다는 실토도 있다.


대법원 사법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역사 속의 사법부’에 따르면 법원 판결문 한 문장에 들어간 글자 수가 평균 394.1자였다고 국민일보가 15일 보도했다. 1948년부터 1994년까지 대법원 판례집에 실린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소송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다.

한 문장이 2500자를 넘는 민사소송 판결문도 있었다. 작게 쓴 글씨로 A4용지 한 장을 넘는 분량의 글이 한 문장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판결문이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는 얘기다.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드는 생각

 

어제 수안보 한화콘도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전파진흥원 워크숍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검사관들을 대상으로  2박3일 워크숍이었는데, 품질관리 같은 업무 강의로 아침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빡빡하게 채워져 있더군요.

저는 어제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정도 진행했는데, 주로 40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이라 실전 문장쓰기를 위주로 강의해 달라고 하더군요.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라 제대로 듣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열심히 참여해 주셨습니다. 직접 문장 쓰기 실습도 해보고, 문장 오류가 있는 사례들을 가지고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물어가면서 하니까 재미를 느끼신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역시 참여하는 강의가 제일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놀란 건 먼저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이전에 함께 근무했던 분을 만난 것이죠. 그 분은 그때 품질관리팀장으로, 저는 홍보팀에 있을 때였습니다.

이런 우연이... 2000년에 회사를 나왔으니 10년이 지났네요. 지금은 생산성본부에 계시면서 강의도 하신다고 합니다.


책남북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친구 A는 독서광이다. 유일한 취미는 책읽기,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붙든다. 특히, 문학을 좋아한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찾아보는 것은 기본. 소설가 김연수, 김애란, 편혜영의 소설을 읽으며 미니홈피에 리뷰를 올린다.

이런 그녀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책을 싫어하는 K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K에게 그녀가 반했다. 여기서부터 불행이 시작됐다. 시간만 나면 스키장으로 직행하려는 K와 운동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A가 잘 될 리 만무했다. 보드동호회 회장인 K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A는 조금씩 지쳐갔다. A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키장으로 직행하는 K의 혈기를 막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마다 솟구치는 A의 외로움은 책으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이 사랑하는” A는 자신의 취향을 “죽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K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운동신경이 부족한 A였으나 부단한 연습으로 스키초보 수준에 올랐다. 덕분에 K와 스키장에 가는 행복도 누렸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선천적으로 운동을 싫어했던 A는 더 이상 스키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스키연습을 하는 동안 자괴감을 느꼈고, 그때마다 읽지 못한 책 생각에 몸을 떨었다.

물론, K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1년에 한 권 읽기(때론 ‘0’)를 꾸준히 실천해 온 K는 독서에 대한 필요성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덜 사랑하는” K는 아쉬울 게 없었다. 나아가, 틈만 나면 책을 붙잡는 A의 취향을 비난했다. A가 소중히 여기는 책을 베고 자는가 하면, 라면 받침으로 쓰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그럴 때마다 A의 슬픔은 커져갔다. 또한, 그런 K를 미워할 수 없는 자신이 싫어 허벅지를 찌르곤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연애가 1년여쯤 되기까지 둘은 네 번의 이별위기를 겪었다. 매번 K의 완승이었다. “더 많이 사랑하는” A는 “내가 맞추겠다”는 약속으로 다툼을 무마시켰고 둘의 관계는 ‘어렵게’ 지속됐다.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취향의 문제로 고민하는 커플은 이들만이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남자와 게임혐오증에 걸린 여자, 운동을 싫어하는 남자와 운동중독인 여자, 등산마니아인 남자와 숨쉬기 운동조차 힘들어하는 여자 등 많은 커플이 취향을 문제로 다투고 멀어진다. 취향이란 기질과 성향의 문제인지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맞추려고 해도 한계에 부딪히고 결국 서로의 취향을 인정하자는 약속에 이르는 커플이 많다. 그러다보면, 다른 취향으로 인한 문제 즉 동호회나 모임, 시간공유 등의 일로 멀어지게 된다. 결국,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 이 한계에 도전해 성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 과정에서 입는 상처는 쉽게 극복되지 않으며 상대에 대한 원망으로 남기도 한다. 취향의 문제는 결혼 후에도 화두로 떠오른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남편은 집에 있는 아내를 외롭게 한다. 반대로, 나가기 좋아하는 아내라면 친구가 적은 남편을 홀로 둘 수 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이 좋은 부부라면 최선의 예겠으나 이런 접점을 찾지 못해 갈등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사례를 접하며 취향의 문제가 관계를 쌓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깨달았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지식의 욕구와 호기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취향의 문제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중에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단계 나아간 이야기가 필요했다.

친구 A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성적인 취향이거나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경우가 많다. 자기주장이 강할 수도 있고 자기계발 욕구도 만만치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집, 자동차, 연봉이 아니라 취향과 세계관의 일치다.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이성을 만나고자 하기 때문에 “딱 맞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러다보면 결혼이 늦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꼭 같진 않더라도, 나만큼 좋아하진 않더라도 책을 조금은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인연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들을 만나며 ‘책남북녀’를 기획하게 됐다.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서점에 가고, 북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광경을 떠올렸다. 날씨가 추운 날엔 방에 들어 앉아 같이 책을 보고, 백화점 대신 서점을 거닐며 함께 걸어갈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커플. 그들이 바로 ‘책남북녀’다.

이런 커플이 많아지면 책 읽는 가정이 만들어질 것이고, 나아가 책 읽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들이 부모가 되면 아이들에게 사교육이 아닌 책읽기를 권할 거고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늘어나 지식강국이 될 것이다. 우리가 꿈꿔온 ‘책남북녀’의 로드맵이다. 결국, 책 좋아하는 미혼남녀를 만나게 해주는 것부터가 우리의 임무인 셈이다. 적어도 사귀게 되진 않더라도 책 친구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홀로 읽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자신했다.

이제 오랜 시간 꿈꿔온 ‘책남북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가 왔다. 일 저지르기의 명수인 우리는 알고 지내온 책남북녀 1호 커플의 인터뷰를 터뜨리려고 한다. 이어 2호 커플의 이야기도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커플 모집]은 3호부터 시작한다. ‘책남북녀’가 되고 싶은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주길 바란다.

구체적인 지원방식과 내용은 다시 공지해드리겠다. 독서경영 교육회사 (주)행복한상상이 기획한 꿈의 프로젝트,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책남북녀’ 이야기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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