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27일
3~40대 남성독자들이 소설 <남한산성>에 열광하는 이유
[북데일리]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 정의와 치욕 앞에서 갈등했던 사람들의 47일간의 기록을 담은 소설 <남한산성>(학고재. 2007)이 출간 2달 만에 20만부에 육박하고 있다. 다분히 ‘김훈 신드롬’, ‘남한산성 신드롬’으로까지 불릴 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한 쪽은 ‘실천불가능한 정의’였고, 다른 한 쪽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 <자전거 여행 2>(생각의 나무. 2004)의 남한산성 기행 ‘살길과 죽을 길은 포개져 있다’라는 글을 통해 소설의 단초를 보여줬다.

일본소설의 붐과 함께 한국문학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홀로 우뚝 선 이 작품이 독자들을 휘어잡을 이유는 뭘까? 학고재에 따르면, 이 소설의 주 독자는 여전히 전통적인 소설의 주 독자층인 2~30대 여성독자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소설의 주 독자층이 아닌 3~40대 남성독자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고 있다. 한 증권회사에서는 사무실 남자사원들 중 10명 중 7명이 이 소설을 읽고, 술자리 화제로 삼고 있다고 있다. 김훈 특유의 갈고닦은 문체의 맛 때문이겠만, 일부는 두세 번씩 읽으며 구절구절을 외우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지금 왜 <남한산성>인가?… 밥벌이의 괴로움
그간 남성 독자들은 정치 기사나 텔레비전 역사드라마를 통해 극적인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풀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독자들이 <불멸의 이순신>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등의 대하역사극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작가 김훈이 늘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밥벌이와 삶의 치욕이 3~40대 가장들의 현실과 이상사에서의 갈등을 ‘위로’해 주고 있데 오는지도 모른다. 전작 에세이집의 제목처럼 일상에서의 ‘밥벌이의 지겨움’과 젊은 시절 꿈꾸었던 ‘정의롭고 멋진 삶’ 사이의 부조화랄까.
저자는 <밥벌이의 지겨움>(생각의나무. 2003)이란 책을 통해 먹고사는 것의 비애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모든 ‘먹는다’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모든 포유류는 어금니로 음식물을 으깨서 먹게 되어 있다. 지하철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자장면을 먹는 걸인의 동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이프런을 두르고 거위간을 먹는 귀부인의 동작은 같다.”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 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비 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먹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이 시대 3~40대 가장들의 밥벌이는 소설 속 서날쇠의 삶, 최명길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들은 구차한 삶이지만 살아내고 있지만, 젊은 시절 정의를 위해 투쟁했던 자신들의 이미지를 김상헌에게서 보기도 한다. 실천 불가능했지만, 그의 ‘정의로운 뜻’을 폄훼할 수만도 없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의 힘이 있다. 힘 없는 인조나, 영의정이란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김류, 그리고 적장과 통역관 정명수, 청나라의 칸조차 설득적이다.
“너의 疏(상소)를 읽었다. 뜻이 가파르되 문장이 순하니 아름답다”고 하는 인조나, 최명길과 김상헌의 전쟁불사와 화친에 대해 “말을 하기에는 이판이나 예판의 자리가 편안할 것이옵니다. 신은 참람하게도 체찰사의 직을 겸하여 군부를 총괄하고 있으니 소견이 있다 한들 어찌 전과 화의 일을 아뢸 수 있겠사옵니까.”라고 말하는 영의정 김류의 책임회피조차 우리들의 삶에서 늘 대하는 풍경이다.
정의로운 죽음과 구차한 삶 사이에서 갈등했던 그 해 남한산성에서의 일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이 소설이 3~40대 남성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김훈의 소설들은 그가 써내려간 에세이들을 포함하여, 산다는 일의 치욕과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구조화된 권력의 냉혹한 질서에 대한 정교한 보고서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무력한 개인이 몰락할 것이 분명한 운명 앞에서조차, 그것과 치열하게 싸우고 또 패배를 끝없이 자기화하는 면모를 드라마틱하게 형성화하고 있다.
# by | 2007/06/27 04:44 | 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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